벌써 반년 전의 일이지만
‘지도를 확인하고, 페달을 밟으며’ 지나쳤던
동네들의 이름이 생생하다.
2006년 9월 6일 수요일

속초 고속버스터미널 1
잠깐이지만 바닷바람이나 쐴겸 속초까지 함께 왔던 정인이를 서울로 떠나보내며.

속초 고속버스터미널 2
취사도구, 텐트, 침낭, 자전거공구, 옷가지 기타등등 잔뜩 짐을 짊어진 내 자전거.

속초시 청호동 김봉천 할아버지(64세)
출발도 못한 채- 끊어진 체인을 손수 수리해 주셨다.

을씨년스러운 주문진해수욕장

강릉시 진입

오후 늦게 도착한 경포대해수욕장
세계 요트선수권 대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구경할 여유도 체력도 없어 그냥 지나쳤다.
2006년 9월 7일 목요일

이른 아침, 정동진
강원도 內 해변은 자정 이후에 야영이 금지되어 있어 정동진역에 딸린 주차장에 텐트를 치고 숙박했다.

헌화로

묵호항을 향해 늘어선 바닷가 마을

야트막한 고개가 끝없이 울렁이는 삼척시 해안도로
‘눈앞에는 절경, 마음에는 절망’

동막

용궁리

이튿날 밤을 묶게 된 갈남마을
마을 입구에서 밭일을 보러 나오신 할머니를 뵙게 되었는데, 인사를 드린다는 것이 그만 하룻밤 자고 가게 되었다.
50가옥 안팎의 마을 전경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왼편 하얀집이 이복주 할머니댁.
2006년 9월 8일 금요일

삼척시 갈남마을 이복주 할머니(77세)
밤새 매캐한 냄새가 나서 의아했었는데, 할머니께서 곰국을 끓이시다 솥을 태우셨단다.
막내 손주 생각이 나신다며 자꾸만 걱정을 하시는데 후루룩 마셔도 모자랄 곰탕 국물이 목에 걸렸다.
도저히 짐을 보탤만한 상황이 아니었지만 챙겨주신 미역 한 단, 마른오징어, 사이다, 박카스를 꾸역꾸역 가방에 넣고 다시 출발.

여전히 지옥같은 고갯길의 연속, 삼척에 드리운 비구름

멀리 보이는 호산해수욕장
삼척의 길이 그토록 험하지 않았더라면 이튿날 야영을 하려했던 호산해수욕장에 세째날 정오가 되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안녕히가십시오 강원도
헛구역질과 욕지거리. 입으로 배출가능한 더러운 것(!)은 모조리 쏟아내며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 만난 이정표.

울진군 죽변

울진군 후포리
갓길 아스팔트 위에 앉아 쵸코바를 투입하였다.

영덕시 진입

백석 고래불 해수욕장
조개껍데기처럼 보였던 하얀 점들이 순식간에 날아올라 화들짝 놀랐다.
갈매기가 너무 많아 더 이상 접근불가.
2006년 9월 9일 토요일

영덕 강구항 한켠
아침 일찍 여관을 나서 영덕터미널에 도착했다.
컨디션이 점점 나빠져 걱정이 됐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사고가 났다.
터미널에서 강구항을 향하던 중, 도로에서 입 속으로 날아든 꿀벌을 삼키고 앞바퀴를 축으로 180도 회전하여 넘어진 것.
자전거 뒷드레일러가 휘어버려 변속에도 문제가 생겼다.

영덕 강구항
고민 끝에 속초 - 부산 - 해남으로 계획했던 여정을 아쉽지만 영덕에서 마치기로 결정했다.
햇볕에 그을려 입은 허벅지의 화상과 오전에 넘어지며 다친 무릅, 자전거 손상.
더 이상 나머지 일정을 소화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서울에서 영덕까지 와준 재웅이 형
재웅이 형은 여행 전부터 중간 기착지점에서 만나 밥 한끼 사주겠다고 약속받은 나의 히든카드였다.
결국 BMW에 자전거를 싣고 편하게 귀환(혹은 송환).
이 글을 빌어 김봉천 할아버지, 이복주 할머니, 재웅이 형,
그리고 길을 여쭐 때마다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이 전해지길.
이복주 할머니, 얼마 전에 전화를 드렸더니 목소리가 밝으셔서 마음이 놓였다. 올해 안에 꼭 다시 찾아뵐 기회가 생기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