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ndscape
그렇게 감성적인 편이 못 되어서,
아니, 미숙한 감성을 이성으로 짓누르는 타입이어서
좋은 글을 읽는다고 번듯한 이미지를 상상하는 경우나, 반대로
멋진 이미지를 마주한다고 詩想이 떠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물론 시를 쓰지도 않는다).
감성이나 이성을 들먹일 것이 아니라, 그저 단순하다고 해야 하나.
이미지는 이미지, 글은 글로서 유효할 뿐이다.
뭐 문제될 일은 없지만 서도-
내가 찍은 사진에 캡션을 붙이는 일조차 참 낮 간지럽고 쑥스럽게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사진을 찍는 행위에 -기록 말고는-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으며
한낱 몇 킬로바이트에 지나지 않는 결과물은
운이 좋아 기억을 돕거나 시시콜콜한 우스개거리를 만드는 정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보고 듣고 읽고 쓰는 일이 오감으로 체감할만한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하는 셈.
그런데 가끔 난데없는 풍경에서 관계없는 기억이 떠오를 때가 있다.
수도꼭지에서 엄청난 박력으로 물이 쏟아지는 모습을 보며
비가 오던 날이 생각났고, 그야말로 콸콸콸 기억이 쏟아졌다.
저쪽 도마에서는 팔뚝만한 생선의 대가리가 잘려져 나가고 있는데
하얀 물보라가 프로젝터 스크린이라도 된 것마냥 기억을 영사해냈다.
아, BGM은 키린지였다.
20070410T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