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27

무기력함

등록된 분류: └ 1. text     — at 01:05     

지금 나의,
1. 공간과 시간을 뒤덮은
2.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3. 2010년 여름
4. 무기력함

2010/08/02

여름의 정수리

등록된 분류: └ 1. text     — at 01:25     

언제부터인가 (현실적으로, 어리다는 표현이 어려워진 즈음부터인 것 같다)
상처가 생기면 깨끗이 낫질 않는다.
까맣고 지저분한 흉터가 반드시 남는다.

존재를 인정하고 체념하는 수밖에 없다.
상처가 아무렇지 않은 나이,
흉터가 아무렇지 않은 나.

사실 꼭 그런 것도 아닌데.

2010/06/01

03. 중앙시네마

등록된 분류: └ 1. text, └ 흔적이 좋다     — 태그:,     — at 15:01     


내 삶의 3대 극장을 꼽으라면
한치의 주저함 없이
명보극장, 코아아트홀, 중앙시네마를 말할 수 있다.
세 극장의 공통점이라면 역시
나의 유년과 연애시대를 아우르는 장소였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제 사라지고 없는 곳이라는 점이다.

코아아트홀과 명보극장은
극장을 포함한 멀티플렉스 공간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종로일대 극장산업의 쇠락과 발맞춰 일찌감치 운명을 달리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질기게 버티던 중앙시네마가
폐관이라는 시대적 숙명을 받아들이고 말았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이유들의 본질은 하나같이
‘낡은 것은 사라져야 하는 것’이라는 사고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아내는 직장을 잃었다.
그 낡은 가치를 (자의든 타의든) 지켜오던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다.
사람들은 낡은 극장을 잃었다.


중앙시네마의 마지막 상영작, < 시>의 엔딩크레딧.


예측가능한 수준에서 가장 정신줄 빠진 표정…… 집에 가자……

 
 
 
영화를 보고 나오다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보고
그 길로 면접 후 파트타이머가 된 것이 2003년.
여자친구 일하는 극장이라고 운동화 밑창이 닳도록 드나들며
나까지 영화 참 많이도 봤다.

늘 자기를 괴롭게 한다던 20년 근속 냉혈한 부장님께서
저녁을 드시다 눈물을 쏟으셨다는 얘기를
집에 오는 버스에서 한번, 잠자리에서 다시 한번 쫑알대던 아내는
결국 베개에 똑같은 눈물을 쏟았다.

그래도 야박하게
THE END.

2010/05/11

몇 배 더 큰

등록된 분류: └ 1. text     — at 18:34     


공항에 가면 늘 설렌다.
출장 다녀오시는 아버지를 마중 갔던 어린 시절,
첫 비행에 터무니없이 빨라진 맥박(김새게도 군대간 형 면회때문이었지만),
말도 안 되게 말도 안 통하는 외국으로 떠났던 도깨비여행,
신혼여행.
           즐거운 기억, 혹은 즐겁도록 조작된 기억만 가득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설렘보다 몇 배 더 큰 쓸쓸함이 느껴진다.
아버지의 출장선물이 사라졌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떠나고 돌아오는 일의 여운이 무겁다.
추억과 동반하는 쓸쓸함에
점점 더 자신이 없어진다.
그래도 늘, 훌쩍 떠나고 싶다.
훌쩍훌쩍

김포. 20100511TUE

2010/04/29

감기

등록된 분류: └ 1. text     — at 10:58     

입이 닳도록 하는 얘기가 있다.
건널목 건널 때 차 조심,
아프지 말고 건강하라.

하지만, 아프지 말라는 당부는
(이를테면 기도같은)
한낱 바램에 지나지 않는다.

아프면 아픈 사람도
아픈 사람을 지켜보는 사람도
경직되고 만다. 분위기는 가라앉고
병은 더 바짝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몸처럼 마음도 옮는다.
벗꽃처럼 좋은 날.

2010/04/26

Texture

등록된 분류: └ 1. riding, └ 1. text, └ 2. photo     — at 02:07     


할아버지 산소에서 뛰어 놀던 복호두.
완벽하게 명랑하고, 눈부시게 호들갑스러우며, 압도적으로 정신 없다.
앵두에 대한 애틋함, 서글픔 때문에
이 개에게는 끝없이 긍정만을 주게 되고
오냐오냐 할 수 밖에 없다. 다행히
그 마음이 닿았는지
호두는 밝다.
귀를 펄럭이며 거실을, 놀이터를, 거리를,
할아버지 산소를 뛰어 다닌다.


올드스쿨 사이클과 올드스쿨 사이클,
Oldschool cycle & the oldschool cycle.
고민이 많이 깊다.


허술한 듯 하지만 실로 화려한 생일상.
짧은 하루를 쪼개고 쪼개다 보면
결국 하루는 더 짧아지고 만다.
날짜변경선 위에서 갈비찜을 뜯으며
초조함, 혹은 그 덧없음에 목이 막혔다.

2010/03/18

가족

등록된 분류: └ 1. text     — at 02:38     

작은 것에 호들갑스레 분노하던 성질은
어느덧 쉽게 체념하는 성격으로 진화하고 말았다.

온전히 나를 위한
그리고 나의 가족을 위한 주말이 사라지자
시간이 덧없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미안해서,
자고 있는 아내의 얼굴을 살짝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다 잠을 깨워 이내 또 한번 미안해져 버렸다.

맥주를 사러 나갔다가
담배 한대만 피우고 그냥 들어왔다.
잠깐 잊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담배도 끊어야겠다.
체념할 일이 아니다.

2010/02/18

암쏘쏘리

등록된 분류: └ 1. text     — at 14:00     

오늘 새벽, 곤히 자던 정인이가 갑자기 울먹거리며 괴로워하길래
(여느 때처럼) 악몽을 꾸었거나 가위에 눌렸거니 싶어
가볍게 뺨 두 대를 때리고 꼬옥 안아주었다.

아침에 물어보니 다리에 쥐가 나서 그랬단다.

미… 미안……

2010/02/16

De jamais vu

등록된 분류: └ 1. text     — 태그:,     — at 03:15     

1.
매니저님과 선미, 나, 이렇게 셋이 가게를 지켰지만
끝도 없어 바쁘고 정신 없어 급기야
파트타이머 성현이와 내일부터 성현이를 대신해 일하게 될 상욱이를 일찌감치 불러냈다.
하지만 상황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고
불현듯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모를 순간이 찾아왔다.
첫 끼니로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수저의 모양마저 낯설게 느껴졌다.
자메뷰.

2.
스스로에게,
또한 모두에게 분했다.
진심은 통하지 않았다.

3.
여러 [관형사]수효가 한둘이 아니고 많은.
분 [명사][의존명사] 1 사람을 높여서 이르는 말. 2 높이는 사람을 세는 단위.
여러분 [대명사] 듣는 이가 여러 사람일 때 그 사람들을 높여 이르는 이인칭 대명사.

4.
여러분 자메뷰.

2010/01/21

ㅇㅇ [쌍이응]

등록된 분류: └ 1. text     — at 16:40     

내가 알고있는 지구인 중 단 두사람,
Joe Cocker와 내 아내만이
‘ㅇ’ 소리의 된발음을 낼 수 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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