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완벽한 무신론자이지만,
종교적 비호아래 오랜 역사를 축적한 건축물은
어쩔 수 없게도 참 좋아한다.
까마득하게 깎아 쌓은 돌이나 메말라 화석이 된 시멘트,
영원할 것처럼 오히려 단단해진 목조 건축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괜히 경건한 마음마저 든다. 이렇든 저렇든
세월 마일리지는 위대하다.

내가 흠모하는 중구(中區)엔 궁이 있고, 그 주변으로 개화기 건축물들이 촘촘히 서있다.
조선과 대한민국이 절묘하게 뒤섞여 있는 것이다. 20세기 초 격동하는 변화의 흔적이
화석처럼 남아 일종의 커다란 박물관을 만들었다.
몇 해 전 여자친구랑 스치듯 우연히 들렀던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종교적 의미는 본질이지만 나로서는 본질이 아니니까 생략,
1891년 장림성당으로 출발한 성공회 서울대성당은
아서 딕슨의 설계로 1926년 5월 2일 미완성 건물로 축성하고
우연한 계기를 통해 1996년 5월 2일 원설계도대로 완공.
한국전통양식과 로마네스크양식을 조화시킨 건축물로
1978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35호 지정.

아무튼 나의 기준에서 건축물이란
이렇게 100년이 지나도 존재 자체로 진심이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마치 성(省)처럼 지어 올린 아파트들 보고 있으면
소름 끼치고 막 화가 나고 그래…… 어쩌려고 그래?…

여긴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주교관.
만두찜통 같은 더위를 뚫고 마실 삼아 찾았다가
몇몇 새로운 사실까지 알게 되고
한편으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지만
역사 앞에 하찮은 점이 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