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23

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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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yoko

“변한게 없네. 표정도, 반지도. 까만 눈동자와 마음도.”

제주도. 2002

기억에 각인된 냄새가 있다.

하나는,
몇 해 전 봄베이 여행 때 호텔 샤워실에 비치되어 있던 비누냄새.
반투명의 살구 빛 비누였는데 특별히 뭔가를 흉내 낸 과일향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달콤한 냄새였다.
하루 종일 소금기를 가득한 바람 속에 휩쓸리며 여기저기 골목을 헤집고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하며 맡는 그 비누의 향기는 너무 아늑했다.
오전에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다녀왔다가 오후에 다시 외출할 때도
일부로 샤워를 챙겼다. 덥기도 더웠지만, 그 냄새를 맡으면
시각적 피로와 혼란한 기분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었다.
내게 인도는
카레보다, 거리의 소똥 보다 Lands end 호텔의 비누 냄새가 강렬했다.

다른 하나는,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녀석의 머리카락, 그 냄새.
이 香(혹은 ‘響’)에서는 후각적 자극뿐만 아니라 체온과 감정까지 전해진다.
기쁨이나 슬픔, 개미가 우기를 느끼듯 아주 미세한 기분까지.
지하철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나란히 앉아 어깨에 머릴 기댈 수 있는 좌석버스,
늘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그 냄새는 미묘하게 변화무쌍하다.
잘은 모르지만, 공간이나 시간의 분위기와 닮아있었다.

후각은 시각이나 청각처럼 고유의 울림이 남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그 냄새를 보존하지 않으면 잊혀지고 만다는 걸 알았다.

비누는, 일부러 새것 하나를 챙겨두었다가 집에 가져왔고
머리카락은 늘 목소리가 닿는 곳에 잡아두었다.
냄새라는, 저장이 불가능한 매체를 백업하려는 욕심으로.

20080123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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