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6/01

03. 중앙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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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3대 극장을 꼽으라면
한치의 주저함 없이
명보극장, 코아아트홀, 중앙시네마를 말할 수 있다.
세 극장의 공통점이라면 역시
나의 유년과 연애시대를 아우르는 장소였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제 사라지고 없는 곳이라는 점이다.

코아아트홀과 명보극장은
극장을 포함한 멀티플렉스 공간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종로일대 극장산업의 쇠락과 발맞춰 일찌감치 운명을 달리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질기게 버티던 중앙시네마가
폐관이라는 시대적 숙명을 받아들이고 말았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이유들의 본질은 하나같이
‘낡은 것은 사라져야 하는 것’이라는 사고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아내는 직장을 잃었다.
그 낡은 가치를 (자의든 타의든) 지켜오던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다.
사람들은 낡은 극장을 잃었다.


중앙시네마의 마지막 상영작, < 시>의 엔딩크레딧.


예측가능한 수준에서 가장 정신줄 빠진 표정…… 집에 가자……

 
 
 
영화를 보고 나오다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보고
그 길로 면접 후 파트타이머가 된 것이 2003년.
여자친구 일하는 극장이라고 운동화 밑창이 닳도록 드나들며
나까지 영화 참 많이도 봤다.

늘 자기를 괴롭게 한다던 20년 근속 냉혈한 부장님께서
저녁을 드시다 눈물을 쏟으셨다는 얘기를
집에 오는 버스에서 한번, 잠자리에서 다시 한번 쫑알대던 아내는
결국 베개에 똑같은 눈물을 쏟았다.

그래도 야박하게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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